YUHYUN

5th interview project_MEMORIES DRAWING TRIP

인터뷰 프로젝트

디자인,사진 - 유현 /   모델 - 민정  (나무13 작가님의 평소 작업물을 바탕으로 제작된 인터뷰 프로젝트용 작업 입니다.)

 

 

 

 

유현 : 오랜만이에요.
마침 인터뷰와 나무님의 전시 마지막 날이 겹치게 되었네요.
저도 2년 전 이곳 망원동 아이다호에서 전시를 했었는데, 그때 이후 나무님과의 인연이 계속해서 닿았었죠.
전시장에 놀러 오셔서 밥도 같이 먹고 이것저것 이야기를 떠들곤 했었는데 그 이후로 벌써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잘 지내고 계셨나요? 2년 반이라는 시간이 흐른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볼까요?
그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나 바뀐 점도 좋아요.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여도 좋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겠네요.

 

 

나무 : 2년 전과 비교했을 때는 아무래도 일이 많아졌죠. 

감사하게도 일이 많이 생겨서 사는 것에 지장이 없어졌다는 정도예요.
금전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으니까 영양상태가 좋아진 것 같고(웃음). 그땐 몸무게 60kg를 못 찍을 정도였으니까요. 

스트레스 때문에 몸무게가 계속 빠지고 있어서... 정말 큰일이다 싶었는데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죠. 

허리 아픈 것만 빼면요.

 


유현 : 아무래도 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그렇게 됐나 봐요.

 


나무 : 네 맞아요. 컴퓨터 앞에 하루 종일 앉아서 작업을 하다 보니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가죠.

 

 

디자인,사진 - 유현 /   모델 - 민정  (나무13 작가님의 평소 작업물을 바탕으로 제작된 인터뷰 프로젝트용 작업 입니다.)

 

 

유현 : 제가 생각하기에도 2년 전과 비교하면 일적인 부분에서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식을 보면 늘 일을 하고 계시거든요. 아, 이 사람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구나 싶었죠.
그렇다면 마음의 여유는 2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어떻게 달라진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무님이 지금까지 일하시는 모습을 쭉 지켜보면서 시간적으로 정신적으로 

휘몰아치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건 사실 저도 그렇고 나무님도 그렇고 주변의 20대 후반 동년배 친구들을 

보면 다들 하루하루가 여유 없이 휘몰아치는 느낌을 받는대요.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건지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의심은 가는데 일단 앞만 보고 가는 거죠.

 

 

나무 : 저도 비슷해요.
아무래도 일반 직장인들 보다 비교적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음은 늘 여유롭지 않아요.
제 일상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은은한 조명을 켜놓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업로드하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죠.
열심히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니까. 그런 마음의 압박감이 늘 있어요.

유현 : 그렇게 쫓기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지고 그렇게 쭉 가다 보면 미처 주변을 

못 돌아보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나무 : 그건 지금도 그래요(웃음). 지금도 초조하거든요. 요즘에 아무리 일을 계속해도 언젠가는 일이 

끊길 것 같은 불안감 같은 거요.
지난달에는 일거리를 많이 받아서 수입이 괜찮았어도 다음 달에 그만큼 벌지 못하면 신경이 쓰이죠.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일단 제일 크고... 그다음은 혼자 일을 하다 보니까 하나하나 다 제가 해야 한다는 점이죠.
세금 관련 해서도 스스로 알아봐야 하고 그렇다 보니 돈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것 같고... 

이젠 혼자서 할 깜냥이 안되더라고요.

 


유현 : 혼자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지니까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것들이 많겠어요. 

게다가 스스로 다 찾아봐야 하는 것들이고.

 


나무 : 그렇죠. 금전적 부분에 압박감도 있는데 일 외에도 여러 가지를 다 저 혼자서 해결해야 하죠.
사실 매번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작품집을 만들고 있는데, 작품집을 만들 때마다 모아둔 목돈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거든요(웃음)
힘들게 모은 건데 순식간에 빠져나가니 멘탈이 막 무너지는 것 같고 그렇죠.

 


유현 : 그렇게 한꺼번에 큰돈이 빠져나갔으니 또 일을 열심히 해야겠네요.

 


나무 : 그래서 저 이번 주까지 마감인 것도 2개나 있어요. 지금을 살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디자인,사진 - 유현 /   모델 - 민정  (나무13 작가님의 평소 작업물을 바탕으로 제작된 인터뷰 프로젝트용 작업 입니다.)

 

유현 : 이건 내 개인적인 의견인데, 내가 좋아서 시작한 작업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받는다면 

일단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있는가 보다 싶거든요. 그런데 언젠가 내가 그런 흐름을 못 읽게 될 거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디자이너 수명이 그렇게 긴 게 아니잖아요.
물론 큰 회사에 들어가면 40대 이상의 디자이너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건 소수라고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어떤 웹툰 작가님이 이런 말을 하셨거든요?


이걸 평생 직업으로는 못하겠다 라구요. 체력도 체력인데 흐름을 잘 따라갈 자신이 없대요.
저는 서브컬처를 15년 정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 짧은 시간 동안 트렌드가 여러 번 바뀌는 모습을 

지켜봤거든요.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웃음) 나무님도 이런 비슷한 생각을 하실 때가 있나요?

 


나무 : 저도 늘 그런 생각을 해요. 제가 레트로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언젠가 레트로 붐이 빠지는 순간이 올 거예요.
사실 지금도 조금씩 그 붐이 줄어들고 있다 생각을 하고.... 그래서 이것저것 다양한 느낌으로 시도해보고 있긴 해요.
그러다 보니 제가 평소에 그리던 그림과는 조금씩 느낌이 달라지게 되고, 이 느낌을 사람들이 원하는 맛으로 

바꿀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거든요.

 


유현 : 어떤 다양한 느낌으로 시도를 해보고 있나요?

 


나무 : 적어도 과거의 작품 보다 좀 더 퀄리티 있는 그림을 그리려 노력하고 있죠.
과거에는 배경을 거의 그리지 않고 타이포만 입력해서 넣었다면, 요즘에는 타이포의 비중을 줄이고 배경까지 

디테일하게 그리는 쪽으로 바꿨어요.

선 굵기도 좀 달라졌죠. 예전보다 선이 얇아졌어요. 선은 예전보다 얇아졌지만 밀도를 3배~4배 올렸습니다. 

그래서 시간도 예전보다 더 오래 걸려요. (웃음)

 

 

 

유현 :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도 해볼까요? 나무님과 만났을 때마다 정말 덕후 같은 이야기만 주구장창 했었죠.
서로 좋아하는 작품이나 화풍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요즘에는 어떤 것에 빠져있어요?
각자 덕질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나무 : 저는 사이버 펑크 게임 입니다. 제가 2년 넘게 기다린 게임이에요. 지금 이 게임이 (인터뷰 날 기준으로) 

발매일까지 딱 3일 남았어요.
엄청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 제 컴퓨터 사양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컴퓨터를 바꿔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에 있습니다.


사이버 펑크 게임을 제외하면 늘 꾸준하게 관심 가져온 인테리어 소품 같은 걸 이야기할 수 있겠네요.
사실 요즘에는 제가 바쁘기도 하고 마음에 동하는 작품이 안 나오기도 해서 옛날에 좋아했던 것에 거의 멈춰있는 것 

같아요. 보던 것만 계속 보게 되네요. 제가 좋아했던 것들이 비주류다 보니 저도 비주류가 되는 것 만 같아요. (웃음)

 


유현 : 그렇군요. 저는 요즘 웹툰을 좀 보고 있어요. 네이버뿐만 아니라 다른 플랫폼도 가입해서 열심히 보고 있거든요.
아, 요즘 10대들은 웹툰 덕질을 열심히 하나 봐요. 내가 10대 때는 일본 만화가 여전히 주 소비 플랫폼이었는데....
이렇게 벌써부터 세대 차이가 나는 건가 싶어요. 세대가 갈릴 때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트렌드를 못 따라갈까 봐 조금 심란해지고 마는 그런 마음이 든다니까요.

 


나무 : 맞아요. 요즘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 건지 저는 못 따라가겠더라고요. (웃음)
요즘 친구들이 틱톡을 많이 한대요. 저는 틱톡의 매력을 사실 잘 모르겠거든요. 짧게 자극적으로 치고 빠지는 걸 

좋아하는 건가 싶고요.

 


유현 : 점점 모든 미디어의 재생 시간이 짧아지는 경향이 있죠.

 


나무 : 요즘은 만화나 영화를 10분 정도 요약한 영상을 선호한다 하더라고요. 

전 긴 호흡을 좋다 하다 보니 10분 요약 영상보다는 무조건 풀타임으로 봐야 하는 사람이에요. 

질질 끌 정도로 길게 보는 것을 선호합니다. 아무래도 작업을 하다 보니까 긴 호흡의 영상을 선호하게 돼요. 

짧은 영상일수록 생략된 과정이 많아서 잠깐 뒤돌아 보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유현 : 저는 작가님과는 달리 10분 요약 영상도 자주 보곤 합니다. K-웹툰도 자주 보고 있네요.
앗, 그러고 보니 요즘 어떤 명사 앞에 K-를 붙이는 네이밍이 많이 보이잖아요. 

조금 이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는데 작가님 작업은 K-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J- 쪽에 가까운 것 같아요?

 



나무 : 음... 그걸 모르겠네. 사실 이렇다고 정의하기가 어렵네요. 그래서 그냥 JK라고 부르고 있어요. 

제가 만든 매거진 이름이 JK잖아요?
그거 그냥 재팬 앤 코리아의 줄임말이에요.

 


유현 : 그렇군요. 사실 이 질문을 물어본 건 최근 나무님이 작업한 그림들을 보고 떠오른 생각 때문이에요.
<제주도의 푸른 밤> 작업이나 <보건교사 안은영>, 그리고 <도굴> 등 한국 작품과 관련된 일을 했을 때 

나무님의 그림은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나무 : 클라이언트와 함께 작업하는 비중이 많아져서 그런가 봐요.
이전까지는 작업의 시작과 끝을 혼자서 만들어나갔었지만 최근에는 클라이언트와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만들어 나갔다는 느낌이 크거든요.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더 좋은 퀄리티의 그림이 나올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무13 - 크림소다 / 나무13 작가님으로 부터 그림을 제공받았습니다)

 

(나무13 - 시티라이트 / 나무13 작가님으로 부터 그림을 제공받았습니다)

 

 

 

유현 : 이번에는 제 질문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질문도 함께 받았었어요.
그분들이 보내주신 몇 가지 질문들을 지금부터 답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질문. 작가님이 가장 애착을 가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나무 : 작업에는 다 애착이 있지만 딱 두 가지만 꼽는다면 이 <크림소다> 작업이랑 시티팝 관련해서 

그렸던 <시티 라이트> 작업이에요.
그때 딱 시티팝을 아는 만큼 그렸기 때문에 제가 그린 그림 중에서 제일 시티 팝 같은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하나. 

그 이유 때문에 이 작업을 제일 좋아하고 그림의 표현법도 이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자잘한 디테일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건 디테일을 살리지 않아도 되게 적절하게 표현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굉장히 애착이 있는 작업이에요. 

 

그리고 <크림소다>는 혼신의 힘을 쏟아서 그린 그림이라(웃음)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지금 봐도 막 옛날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유독 디테일하게 많이 파고들었고 구도도 좀 안정적으로 

그린 것 같거든요. 효과도 원 없이 넣었고.
그래서 <크림소다> 작업에는 미련이 없어요. 

다른 작업에선 조금씩 아쉬운 마음이 들거나 실수했던 부분이 보이곤 하는데 <크림소다>는 그런 부분이 없죠.

 

 

유현 : 두 번째 질문. 

그림 속에 들어가는 자동차나 자전거 같은 사물들의 디테일을 어떻게 잘 돋보이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무 : 제가 수집했던 물건들을 배경에 넣고는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직접 보고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사이즈까지 다 찾아봅니다. 나중에 프린트했었을 때 실수했던 것들이 보이면 

다시 사이즈를 수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집에 자동차 카탈로그가 있어요. 그 카탈로그를 참고하면서 최대한 디테일하게 그리려고 합니다. 

형태적으로 틀린 것이 없는지 카탈로그와 비교해 가면서 그리는 거죠.

 

 

 

(나무13 - 타입 / 나무13 작가님으로 부터 그림을 제공받았습니다)

 

유현 : 세 번째 질문. 

타고 다니는 이동 수단이 뭔가요?

나무 : 산딸기 1호라고 제 자전거입니다. 이 그림에 그려진 자전거가 제 자전거에요.
제가 중고로 가져온 건데 참고로 여성용 사이즈입니다. 사이즈가 딱 맞더라고요. 요즘에는 추워서 잘 안 탑니다.

 


유현 : 네 번째 질문. 

본인이 생각했을 때 다른 레트로풍 작가와의 차별점이 있나요?

 


나무 : 글쎄요. 사실 타이포나 디자인 요소를 제외하면 다른 작가들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생각해요.
차이점을 말하기도 애매하고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취미가 있다면 지금 생각나는 답으로는 골동품 수집을

하고 있다는 정도가 아닐까요?(웃음)


집안에 들여온 온갖 라디오 기계 때문에 제 방에서는 골동품 냄새가 나거든요. 특유의 달짝지근한 냄새가 나요. 

그래서 환기도 자주 시켜보고 향도 피워보고 했는데 냄새가 잘 안 빠지더라고요. 

일본에서 받아오는 온갖 종류의 물건 때문에 택배비로만 쓰는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유현 : 다섯 번째 질문. 

작가님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나만 아는 재미라고 할만한 게 있나요?



나무 : 앞에서도 말했듯이 골동품을 수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옥션도 뒤져보게 되더라고요.
제 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건들이 일본 옥션에서 가져온 게 많아요. LP나 조명, 시계, 잡지 등등 여러 가지를 

보게 되죠. 워낙 많이 사다 보니 저도 기억이 잘 안 나요. 이것저것 뒤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키워드 하나만 있으면 이 키워드로 하루 종일 웹 서핑을 할 수 있는 느낌입니다.

 


유현 : 마지막 질문.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프로젝트는?

나무 : 일본에 있는 지인과 같이 어떤 프로젝트를 구상 중에 있어요. 

아직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디지털 작업이 아닌 손으로 그리는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작업을 준비 중에 있어요.

 

 

 

 

인터뷰_나무 @__tree_13

사진_디자인_에디터_유현 @aptzl8001